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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2. 21.] 케빈 케너 피아노 리사이틀

ㅊㅎㅂ 2024. 2. 22.

장소 :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연주 : 케빈 케너(Pf.)

[Program]
- Frédéric Chopin
Sostenuto in E flat major WN 53
Nocturne in B Major Op.32 No.1
4 Mazurkas Op.41
Impromptu No.2 Op.36
Variations on "La ci darem la mano" from Mozart's opera "Don Giovanni" Op.2

- Intermission - 

- Franz Liszt
Années de Pèlerinage I. Suisse S.160

 

지난 금요일에 같이 러닝하는 지인으로부터 혹시 공연보러 갈거면 신청해주겠다는 제의를 받고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알아본 아티스트, 케빈 케너(Kevin Kenner) 입니다.

찾아보니 1990년에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3위를 했다고 합니다. 쇼팽&차이코프스키 동시에 입상한 유일한 미국인이라고 하니 대단한 사람이구나 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음악적 동반자, 조성진의 멘토로도 유명하다고 합니다.

 

베토벤, 브람스만 주구장창 듣는 클래식 편식러 입장에서는 매우 낯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쇼팽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많이 들었을 뿐 잘 아는게 없고, 리스트는 베토벤 교향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것만 들어봤을 뿐 정작 리스트가 작곡한 곡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의 감상이라고 봐주시면 될 듯 합니다.

 

눈보라를 뚫고 간 예술의 전당

 

오전에 내리던 비가 오후부터는 눈으로 바뀌고 꽤 심한(?) 눈보라가 되었지만 그냥 뚫고 예술의 전당으로 갔습니다. 서초에서 저녁을 먹고 평소대로 여유있게 걸어갔는데도 눈 때문인지 한 20분정도 걸렸던 것 같습니다.

 

· IBK챔버홀 시야

 

그러고 보니 IBK챔버홀 공연은 처음 가게 되었습니다. 보통은 콘서트홀에서 하는 공연을 주로 가고 가끔 리사이틀홀에서 하는 공연도 보았는데, 그동안 인춘아트홀과 IBK챔버홀과는 인연이 없었습니다. 드디어 공연을 보게 되었네요.

 

IBK챔버홀 1층 A블록 4열 3번 시야

 

생각보다 앞 쪽이긴 했는데 너무 구석이어서 연주자의 등만 보이는게 아닌가 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는 연주하는 모습이 잘 보여서 좋았습니다. 왼손은 몸에 가려서 잘 안 보이기는 했는데 피아노에 비쳐서 보이기도 했고, 오른손은 매우 잘 보여서 크게 아쉬운 점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시야는 위의 사진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케빈 케너 피아노 리사이틀 1부 쇼팽(Frédéric Chopin)

사실상 첫 두곡인 소스테누토와 녹턴 이후에 마주르카 부터는 뭐 곡 간 구분이 불가능할 정도의 처참한 예습상태라 그냥저냥 듣기만 했던 것 같습니다. 교향곡 위주의 웅장한 음악을 주로 듣는 사람이지만 쇼팽의 미려함과 서정적인 멜로디는 인상적이었다고 해야할까요. 다른 분들 처럼 터치가 어떻고 이런 식으로 감상하거나 평가할만한 소양이 못 되기 때문에 그냥 열심히 들었다는 느낌.

 

특히나 예습용으로 만든 플레이리스트에는 돈 죠반니 쪽은 오케스트라까지 같이 들어간 곡이었어서 거의 구분을 하지 못했습니다... 두어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는 집중해서 잘 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쇼팽의 곡들은 대부분 서정적 메모메모...

 

· 케빈 케너 피아노 리사이틀 2부 리스트(Franz Liszt)

처음으로 제대로 들어 본 리스트의 자작곡(?)입니다. 이 시리즈는 리스트 곡 중에서도 실연 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하니 나름 운이 좋았던 걸까요. 생각보다 시작부터 좋게 느껴졌습니다. 확실히 악기들 중에서 단독으로 빈틈없이 연주하는데에는 피아노가 가장 적절한 악기라는 생각이 듭니다. 1부에서는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느낌의 연주가 주가 되었다면 2부에서는 격정적으로 몰아치는 느낌이 더 많았고, 악기 하나로 홀 전체를 채운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습니다. 일당백의 느낌!

 

아무래도 음악적으로는 크게 뭐 어떻다 하는걸 잘 모르다보니 자꾸 음악 외적인 부분들에만 생각이 많이 닿았습니다. 1곡인 빌헬름 텔 성당의 제목이 La chapelle de Guillaume Tell로 돼 있길래 불어에서는 기욤으로 쓰는구나 하는 생각도 하고...

3곡인 Pastorale은 제목 때문인지 베토벤의 교향곡 6번이랑 비교를 하면서 듣고 ㅋㅋㅋ 5곡 폭풍우(Orage)는 말 그대로 몰아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9곡을 VIIII로 쓰길래 뭐지? 했습니다 IX아닌가요....

 

어쨌든 2부까지 감상한 느낌은 컨디션이 안 좋음에도, 눈보라를 뚫고 가서 볼 만큼의 가치는 있었다 라는 것입니다.

케빈 케너 피아노 리사이틀 2부 시작 전

 

다만, 2부에서는 위 사진 처럼 곡이 넘어갈 때마다 화면에 제목과 관련된 그림을 같이 표시를 해 주었습니다. 1부에서도 해주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2부에서 이렇게 했으면 1부에서 못 할 이유가 없을 것 같거든요. 비단 이번 공연이 아니더라도 다른 공연에서도 초보 관객을 위해 이 정도의 편의는 제공해주는게 좀 더 클래식에 대한 벽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케빈 케너 커튼 콜

 

공연이 끝나고 앵콜로 연주해 준 두 곡도 좋았고, 특히나 마지막 앵콜은 쉬리릭 몰아치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끝나고서는 멍때리면서 나오느라 앵콜이 어떤 곡인지 사진 찍는거는 까먹었네요... 둘 다 쇼팽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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